

이철량
지난 1990년 전주 중앙시장 사람들이 그림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가난했으나 따뜻한 눈빛을 가진 이웃들이었다.
전주 옛 북문 밖 아주 오래된 시장이다. 시장은 붉은 빛깔의 포근한 모습으로 서 있는 성당을 붙잡고 누추하게 줄지어 자리 하고 있었다. 성당 앞 큰 길가에는 나이 든 할머니들이 좌판을 열어놓고 소란스럽고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곳이다. 여기 에는 항상 어수선하고 분주하며, 힘든 나날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남루한 시장사람들의 핏기없는 얼굴들이 눈에 어른거리는 곳이다.
지난 1990년, 20대 젊은 청년작가들 몇이서 중앙시장 사람들을 애틋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이는 결국 자신을 바라보려는 노력에 다름아니었다. 모두 이런저런 사연들을 찾아 어렵고 고단한 삶을 화면에 옮겨 풀어내며 세상 이야기를 이어가자던 의지들을 묶어 모임을 만들었다. 전주 얼화랑에서 “중앙시장사람들”전을 열며 전북회화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전북회화회는 한해도 거르지 않고 30여년을 마치 하루를 보내듯 진지하게 그리고 열정으로 활동해 왔다. 그리고 30년 그후 중앙시장도 반듯하게 단장되었고 상인들의 얼굴도 핏기가 돌며 훈훈한 모습으로 변해왔다. 시장은 더욱 확대되었으며 시장을 찾는 사람들로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중앙시장이 이렇게 발전하는 동안 전북회화회도 많은 성장을 거듭했다. 그간 매해 전시는 끊이지 않았으며, 평론가 박용숙교수의 세미나를 시작으로 많은 외부 인사들과도 함께했다, 한동안 한국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청소년 사생대회를 가졌는가하면 파출소 그림 달아주기로 사회와 소통하기도 했다. 참으로 남다른 열정 으로 30여년을 하루같이 달려왔다. 이러한 활동들은 30회를 거듭한 전북회화지에 고스란이 쌓아두었다.
이제 30여년을 달려온 전북회화회가 새로운 면모를 갖추었다. 더 넓은 세상으로 발길을 다지기로 하였다. 유능한 작가 들이 서울 부산 대구를 비롯 여러 곳에서 참여해 주었다. 그래서 한국회화회로 이름도 바꾸었다. 그 시작을 2023년 올해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갖는다. 1990년에 20대로 중앙시장사람들전을 시작했던 정미현이 한국회화회 회장으로 첫 전시를 펼치는 것도 대단한 의미를 갖는 것 같다.
한국회화회는 21세기 한국미술의 새로운 희망을 열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작금에 들어 미술계에 단체활동이 크게 위축 되어 작가들간에 소통이 부족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회화회는 이와같은 빈 공간을 메우며 한국 현대 미술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