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후각, 미각 그리고 촉각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에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을 자극하며 과거에 대한 회상을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정서를 바탕으로 눈앞에 펼쳐진 현재와 과거 어느 순간의 일상이 떠오르는 감성 활동으로 일어난다. 무의식 속에서 순간적으로 일어난 기억을 바탕으로 현재의 시선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사고와 활동 중간의 관계하는 시간에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한다.

현재의 일상과 과거 잠재적 기억이 겹쳐지는 관계의 심리적 이상화를 표상한 심상이미지가 작품에 표현하고 있다. 과거 어느 순간이 떠오르는 기억으로부터 연구자의 작업이 시작한다. 그 기억은 의식하여 계획 하에 떠오 르는 것이 아니고 평범하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과거의 경험한 비슷한 풍경이 보이거나 비슷한 향이 나는 순 간을 드로잉 한다. 대체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기억들이 아니며 정확하지 않은 날짜와 정확하지 않은 날씨의 모습들이 있고 주위 모든 사물들을 정확히 알아차리지 못한다. 파노라마 형식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무의식 에서 떠오르는 것이다.

아득히 잊혀 진 과거의 모든 시간은 잠재적인 상태로 존재하며 이것을 계획하지 않은 상태에서 생각나는 순간 이다. 한 순간의 찰나는 순차적으로 나열되지 않으며 시간에 관계없이 쌓이는 것을 표상한다. 이렇게 기억하는 과정에 심상이미지를 표상하고 그 이미지는 연구자의 감성에 의해 수묵을 토대로 다양한 작업 형태로 나타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무심코 잊혀져버린 과거나 혹은 지나쳐버린 과거의 기억을 통해 현재와 같은 시간에 마주 하게 된다. 내재되어 있는 잠재된 무의식 기억을 ‘순수 기억(mémoire pure)’이라고 앙리 베르그손(1859-1941) 의 『물질과 기억』에서 말하고 있다. 1)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잠재되어 있는 기억들이 현재의 어떤 순간에 의해서 떠오르는 기억을 의미하는 것과 동시에 과거로부터 경험한 기억의 이미지들을 ‘표상’하는 것이다. 표상2)은 어떠한 대상을 마음속으로 재현한다 는 의미로 심상(心象), 즉 이미지를 말한다. 연구자의 과거 경험한 기억들이 표상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들이 더 깊숙하게 내재되어 축적되어 있다. 소멸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쌓이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 곧 순수 기억들이고 이것이 무의식 안에서 잠재되어 있다가 현재의 충격이나 외부로 인해 반응하여 의식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이다.

순차적으로 시작된 시간들이 아닌 연구자의 주관적인 시간들을 말하며 의식의 흐름을 통해 과거의 잊고 있던 기억들이 의도적이지 않고 순수하게 현재와 마주하는 시간이다. 순수 기억은 과거의 어느 순간의 이미지 가 우연히 현재의 일상에서 겹쳐지며 일어나는 현상이다. 차례로 일어나는 시간들이 아니며 그 기억들은 아주

앙리 베르그손 박종원 옮김, 『물질과 기억』, 아카넷, p.236

표상(representation)은 대상을 마음속에서 재현한다(represent)는 뜻으로 마음 속의 상, 즉 이미지를 의미한다. 어떤 내외적 원인으 로 마음에 나타난 것이고, 우리가 알 수 있는 최초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인식의 기초단위하고 할 수 있다. - 앙리 베르그손 박종원 옮김,

『물질과 기억』, 아카넷, p.45-50, 요약

오래전에 경험했던 어느 순간이 되기도 하고 또 바로 어제의 일이 되기도 한다. 현재의 일상과 과거 순수 기억들이 시공간을 통해 이미지들이 겹쳐지는데 연구자는 이러한 현상을 작품을 통해 표현한다.

과거 무의식속에서 가져온 기억의 순간들은 순차적으로 객관화된 시간이 아니며 주체가 순간적으로 기억해낸 시 간으로서 현재와 재구성되어 진행된다. 연구자에게는 어린 시절의 모습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은 모두 과거가 되 며 앞으로의 미래까지도 담고 있는 현재가 있다. 현재의 일상 속 시간 안에서 과거의 시간과 장소, 혹은 대상을 찾아감으로써 작업을 시작한다. 현재의 공간에서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기억들과 의식적으로 애써 떠올리려 는 기억들을 탐구하고 혹은 이러한 기억들을 바탕으로 더 오래된 과거의 기억들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이렇듯 연구자에게 기억은 보이지 않지만 과거의 보았던, 겪었던 세계를 다시금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통로 가 된다.

잠재되어 있는 과거의 기억들이 연구자의 감정을 이미지화 되어가는 과정에 대해 연구하는데 먼저 프랑스 철 학자인 앙리 베르그손의 ‘순수 기억’의 개념을 바탕으로 살펴볼 것이다. ‘순수 기억’은 현재는 존재하지 않지만 사라지지 않으며 ‘유용한 것이기를 그만 둔 것’이라고 말한다.3) 연구자가 경험한 예로 안개가 자욱한 풍경에 홀 로 서있는 나무를 보고 언제 어디서 보았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이미지는 연구자의 기억 안에서 보았던 익숙한 장면인 것은 명확했고 그것을 보며 과거 익숙한 나무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이 순간적으로 올라온다. 이러한 과정은 내재에 사라지지 않은 과거의 이미지와 감정들이 의식에 관계없이 일어난 무의식의 표 상들이다. 이후 시간이 흐르고 그 장소와 비슷한 이미지가 생각났다면 이것은 무의식의 기억과는 관계없이 지각 활동으로 이루어진 방식으로 찾아낸 것이다. 연구자는 과거에 경험한 익숙한 대상이나 풍경과 마주할 때 그때의 감정이 순간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현재 일상 속에서 의식에 따라 과거의 어느 순간을 기억해낸 지각활동은 순수 기억이라고 할 수 없다. 연구자는 현 재의 어느 순간을 보고 꼭 떠올리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 것이 아니고 무의식 안에서 순간적으로 찰나의 여러 기 억들이 엉켜지며 생성되는 것이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지나간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존재하지 않은 것이라고 표현하거나 이미 사라진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은 철학적으로 논할 때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베르그손은 말하 고 있다. 과거가 존재하기에 현재의 ‘나’라는 주체가 있는 것이며 이것은 단순히 생성되는 것이 아니고 흐르고 있는 시간을 제시한다. 연구자는 과거의 무의식으로부터 오는 순수 기억 속에 ‘나’를 탐구하게 된다. 과거의 체 험과 경험은 잠재된 내재 속에 계획적이지 않게 저장되는 것이고 그 자체로 보존되어 있다. 이것은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순수 기억을 연속적인 시간 안에서 ‘이미지’로 표상된다.

습관으로부터 오는 기억은 이미 필요한 이미지들만 자동 저장시키고, 반면에 순간적으로부터 오는 기억은 현재의 충돌이나 시선에 의해서 작용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마음속에 이미 저장되어 있는 것이며 이것이 곧 표상이다. 순수 기억들은 무의식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가 현재 일상에서 부딪히는 대상, 혹은 시간에 의해 반응한다. 이것을 주체자의 의식으로 끌어올려 이미지 기억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기억은 과거의 이미지들이 현재와 비슷한 장면들이 연출되어지거나 혹은 반대의 상황에 놓여 질 때 순간의 지각활동에 의해서 일어난다. 현재의 일상 안에서 연구자의 환경과 모습이 과거의 경험한 다양한 체험으로부 터 오는 비슷한 공간이나 냄새, 혹은 사물 등이 화면의 이미지를 구상한다.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공간과 시간은 현재와 똑같이 닮았다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연구자가 가지고 있는 기억들은 그리움으로 시작하여 이후 자아의

앙리 베르그손 박종원 옮김, 『물질과 기억』, 아카넷, p.256

존재를 확인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은 현재의 일상에 대한 자각을 갖게 되며 그것으로 하여금 오는 자아를 발견한다. 끊임없이 지속되는 시간 속에서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하는 과거의 시간에 의미를 두고 의식과 무의식을 통해 저장되어있는 기억들을 이미지화 한다.

연구자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과거의 어떠한 경험들을 무의식적으로 기억한다. 주관적이지 않은 순수 기억들은 심리적 이미지를 상징하며 그것들을 하나의 조각으로 나타낸다. 하나의 조각은 종이, 비단, 천등의 재료를 이용하여 자연의 모습으로 오려내어 순수 기억 하나하나를 표현한다. 연구 작품에서 주로 화면 안의 기억을 표상하는 이미지들은 분할되어 있고 이는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동시간적으로 공존하 고 있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시각과 후각, 촉각 등을 통하여 끊임없이 공간과 대상을 탐색하고 그것을 토대로 파악한다. 이런 본능을 통해 일상 속에서 만나게 되는 대상은 자신의 정보로 흡수되어 자연스럽 게 저장된다. 과거와 현재의 초월적 시공간을 내포하기 위하여 작품의 구성 방식은 반복되는 자연 이미지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러한 이미지의 집합은 겹겹이 쌓이는 다차원적인 공간으로 진화한다. 연구자의 과거 어떠한 기억과 시간을 구조화하는 데 있어서 현재의 일상 속에서 겹치는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해 콜라주‘collage’ 형식 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마치 우리가 현재의 풍경을 마주했을 때 과거의 기억이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파노 라마 형식의 모습들을 이미지화 한다.

기억은 단순히 단편적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져 총체적 이미지로 저장된다. 시선은 겹쳐진 기억들이 쌓이며 전개되어 새로운 시공간의 다양한 이미지가 된다. 연구자의 작품은 대부분 동양 회화 전통재료인 비단과 종이를 이용한 수묵 기법을 통해 그리고 오린 후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연구자가 작품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시간’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으로부터 과거의 경험한 심리적 이미지를 상징하는 기억은 다양한 조각의 모양들로 오려낸다. 기억을 상징하는 조각들은 또렷하고 확고했던 순수 기억이 다시 의식하여 기억해 내려고 하는 지각활동이 이루어질 때 이미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흐릿해지기도 한다. 바로 어제 경험했던 것처럼 떠오르는 또렷한 기억과 그렇지 않은 흐릿한 기억들까지 모두 서서히 왜곡되어 지는 현상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화면 구상에 있어서 기억의 조각으로 표현하여 많은 조각들이 모여 순서에 배열되지 않고 실제의 정확한 형태와 달라지며 비례가 맞지 않는 형상으로 변형되기도 한다.

연구자는 본 원고를 통하여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상과 기억들이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의 시간이었다. 앞 으로의 작업 또한 순수 기억의 원초적인 질문을 내던지며 연구자의 작품을 통해 감상자들과 함께 기억에 대한 소통으로 자신의 삶을 자세히 바라볼 수 있길 작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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