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정선)와 북산(김수철)이 있는 완산가를 찾았다. 완산가의 주인장 (박종갑, 윤대라 한국화가)들이 전북회화회의 회원들을 초대 했다. 새로 들어온 신입회원들과 그림으로만 보아왔던 회원들이 많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선 곳 은 조그마한 절과 작업실이 같이 어우러진 곳이었다. 두 분의 화가와 함께 두 마리의 개(겸재와 북산)와 이국적인 염소 나타샤와 튼실한 고양이 양생원, 닭들이 격하게 우리를 반겼다. 원래 이곳은 절터였는데 7년 전부터 절터 곳곳을 작품 활동 공간으로 꾸며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두 부부는 개인의 작품 활동도 열심히 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어우러져 다양한 문화행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면서 직접 예술을 체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을 할 수 있게 운영하기도 한단다. 또한 ‘완주 한 달 살기, 예술인 레지던스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예술인들이 완산 가에 머물면서 완산가의 예술가와 농촌사람들의 삶을 체험하고 소통하면서 작품으로 승화시켜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하고 있었다. 예술인들이 머무는 곳에 가보았더니 방바닥이 온돌로 되어있었는데 장작을 직접 패서 불을 뗀다고 했다. 매일 불을 직접 지피는 것이 불편할 수 있겠지만 불을 지피면서 멀리 지는 해를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참 좋은 공간으로 보였다. 완산가에서 만 누릴 수 있는 여유라고 할까? 나무 타는 냄새와 함께 뜨끈뜨끈한 온돌방 에서 한숨 자고 싶어졌다.

윤대라 작가의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는 대웅전으로 들어갔다. 윤대라 작가가 운영하고 있는 ‘완산가 유튜브’에서 볼 때는 대웅전이 꽤 크다고 느껴졌는데 실제로 와보니 아담했다. 전에 대웅전이었다고 생각해서 인지 왠지 여느 작업 실과는 사뭇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윤대라 작가님의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작품들을 보며 윤대라 작가님의 강한 에너 지가 느껴졌고, 군데군데 그려진 고양이, 개, 닭, 완산가 모습 속에서 자연스럽게 빚어지는 먹과 색의 조화에 감탄이 절로 났다. 그리고 작은 도자기 화병에 꽂아놓은 앙증맞은 대나무와 단풍나무는 회화회 회원들의 감성과 딱 맞아 금세 친근 해졌다.

저녁식사는 그림 그리는 스님과 함께 지인이 가져온 홍어회가 있었는데 와인과는 어우러지지 않을 것 같은데 묘하 게 어울려 맛있었다. 와인과 함께 담소가 즐겁게 오고가는데 윤작가님이 커다란 가방에서 뭔가 하나 둘 커냈다. 그리고 는 색동으로 된 모자를 우리들에게 하나씩 씌워주었다. 전에 어린이들과 함께 문화예술체험 행사 때 사용했던 소품이 었는데 우리들에게도 자연스럽게 하나씩 입혀주고 씌워주었다. 그저 재밌었다. 색동옷이 아동스럽긴 했지만 오방색으 로 화려해서 우리를 들뜨게 하고 기분 좋게 만들었고 하나 둘 입을 때 마다 개성이 드러나는 옷으로 변했다. 모두 입고 나니 왠지 박수무당 같고 접신할 것 같은 들뜬 기분이 들었다. 함께 하신 두 교수님은 색동옷을 입고 교주같이 깃발을 들고 계속 흔들어서 우리도 뭔가를 들고 흔들어야만 될 것 같았다. 다들 자기만의 무언가를 들었다. 대나무, 단풍나무, 가야금, 바나나, 쥬스 통...등을 들었다. 들고나니 춤도 추고 싶어졌다. 윤작가님이 ‘범이 내려온다’라는 퓨전 국악과 함께 요즘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영상을 틀어주었다. 신나는 춤이었다. 모두들 춤을 따라했다. 작업실에서 신나게 춤을 추다 보니 밖으로 나가서 추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음악과 함께 하나씩 자신만의 춤사위로 춤을 추면서 마당으로 나갔다. ‘범이 내려온다’는 음악은 계속 들려오고 우리는 춤 추는게 넘 재밌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 서로의 모습에 웃었고 작두가 있으면 작두라도 탈 수 있을 것 같이 신났다. 먼 산만 바라보던 겸재와 북산도 우리와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완산가에서의 경험은 신선한 문화충격이었다. 우리는 처음으로 접해보는 다양한 문화예술들이었지만 이 완산가에 서는 일상적인 예술행위였던 것 같았다. 대웅전작업실에서 스님께서 겸제 털로 만든 붓으로 쓱싹쓱싹 그려내는 달마 도, 다녀간 이들이 먹으로 써 내려간 글들, 지역의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영상 속에 들어있는 퓨전국악과 댄스, 아이들이 문화예술체험 행사 때 사용했던 오방색의 색동옷, 개성이 드러나는 춤사위, 우리가 놀고 춤추는 모습을 영상으로 제작하 는 유튜버, 영상 제작을 위한 연출 등등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예술 행위였다. 예술로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멋진 하룻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