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만(에이옥션 대표)

Q. 회장님께서는 언제부터 화랑 일을 시작하셨고,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80년대 초에 아버지께서 표구사를 시작하셨어요. 당시에는 전문 상업화랑 보다는 표구사로 시작해 그림을 일부 사고파는 정도였죠. 그리고 외삼촌도 인사동에서 화랑을 운영하시면서 전주에 내려오실때마다 자주 표구사에 들러 서울 미술시장의 분위기를 들려주시곤 하셨어요. 이런 환경 에서 자라면서 가족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제가 본격적으로 80년대 말 정도부터 뛰어들어 ‘솔화랑’으로 이름을 바꾸고 화랑으로서의 역할을 갖추기 시작하였죠.

Q. 그럼 회장님이 이 일을 본격적으로 하신 1980~90 년대에 전라북도에서 활동하시던 작가 중 기억나는 분들이 있나요?

그때 당시 미술 시장에서는 우리 한국화와 서예가 거래의 중심이 되었어요. 또한 당시의 문화 자체가 고마운분 에게 그림을 선물하는게 일상이라고 할 정도로, 그림을 선물 하고 거래하는 일이 많았어요.

전라북도 전주 같은 경우에는 큰 기업체나 생산적인 일을 하는 공단 같은 곳아 많지 않아서 관공서 위주로 미술품이 거래가 되었어요. 그당시 서화의 일번지였던 전라북도 서화 가들의 명성이 아주 높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기억에 남는 분들로는 벽천 나상목 (1924~1999), 토림 김종현(1913~1999), 강암 송성용(1913

~1999), 석전 황욱(1898~1993) 선생님이 계시는데, 특히

이 네 분의 거래가 가장 활발했어요. 1980~90년대 이 시기가 위의 네 선생님을 중심으로 서화가 가장 빛나고 거래도 많았던 시기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다가 1999년도에 벽천, 토림, 강암 세 분의 선생님들이 돌아가시게 되고, 그림을 선물 하는 문화가 줄어들면서 점점 미술품의 거래도 줄고, 더 나아가 미술시장이 전반적으로 많이 위축되었죠.

Q. 그럼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활동하던 작가분들은 누가 있으셨나요?

위에서 언급한 선생님들의 바로 다음 세대는 아니지 만 한국화는 벽경 송계일(1940~ ), 현림 정승섭(1941~ ), 목정 방의걸(1938~ ), 이철량(1952~ ), 서예는 산민 이용(1948~ ), 효봉 여태명(1956~ ), 서양화는 유휴열(1949~ ), 선기현 (1957~ ) 선생님 등 이분들이 주축이 되어 미술 시장에서의 큰 역할을 하고 있었죠.

Q. 회장님께서 화랑을 운영하실 때 1990~200년 초반 시내 중심지역에서의 솔화랑의 역할을 무엇이었다고 생각하 시는 지요?

그 당시의 화랑이라고 하는 것은 작가와 소장가의 중간에서 매개역할을 하는 아주 큰 자리에 있었죠. 쉽게 말해 상업화랑이라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화랑들은 대부분 상업화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예전에는 순수한 자기 자본으로

운영하는 화랑들이 있었지만, 요즘 전주 지역에서 화랑의 문화라고 하는 것은 일부 정부의 문화관련 지원금을 받아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1980~90년대 에는 작가분들이나 화랑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경우는 없었 습니다. 그럼에도 그 분들이 작가로서 수입을 가지고 생활 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미술품 거래가 많았다는 것이고, 그 중심에는 상업화랑이 거래의 중심에 있었다고 할 수 있습 니다.

예전에는 미술품을 경제적인 여유나 정치적인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접하고 소유하면서 특권층의 전유물로 여겨졌 으나, 시간이 흐르고 미술품 경매회사들이 문을 열면서 순수 하게 작품을 좋아하는 매니아층들과 직접 거래를 하게 됐죠. 그런 변화에 발 맞추어 저희 에이옥션이 2007년도에 서울옥 션, 케이옥션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세 번째로 설립 되었 었습니다.

Q. 요즘 언택트시대로 접어들면서 화랑에서의 변화는 어떤가요?

요즘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 않습니까,

가장 큰 영향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온라인 세상이 열리면서 오프라인의 전시 위주였던 미술 시장도 많은 변화 를 겪고 있습니다.

작품은 실물로 감상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온라인을 통한 작품 감상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의

판매 또한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과거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시대를 넘어, 미술품 또한 일반 재화들과 마찬가지로 가격을 비교하고 분석하여 본인 나름의 결과물을 가지고 적절한 가격에 구입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코리아 아트마켓’이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정부 지원 으로 현대 미술시장(화랑, 옥션, 아트페어 등)에서 거래된 작품들을 종합하고 분석하여 그 결과물을 온라인 상으로 공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슨 역할을 하냐면 미술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작품을 컬렉션 할 때 일종의 참고 지료 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아트프라이스’라는 책을 통해 1년에 한번 거래내역 을 통합한 책이 나옵니다. 그 책에는 작가별, 시기별로 해당 작가의 작품이 얼마에 거래되었었는지 모든 자료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부동산으로 치면 일종의 공시지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Q. 지역 미술 시장 활성화 방안이나 모색점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전주 지역의 많은 화랑들은 대관을 통해 전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전라북도나 전주시에서도 일부 지 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업화랑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전라북도의 미술시장이 존재하기란 쉽지 않다고 봅니다.

상업화랑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지역 미술시장이 활성화

되려면 예술(미술)의 거리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가까운 광주 예술의 거리, 대구 봉산문화의 거리 등이

아주 좋은 예가 될 것으로 보고요, 한옥마을 근처로 조성이 되어 접근성이 좋아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미 한옥마을은 관광지로 주목받으면서 부동산값이 많이 상승했 습니다. 현실적으로 화랑이 한옥마을로 입지하는 것은 어렵 다고 봅니다.

단순히 미술인들이나 화랑 관계자들의 힘으로는 역부족일 것이고, 시나 도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전통문화의 전당 주변으로 예술의 거리 조성에 앞장서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거리에 가면 화가도 있고, 화랑이나 미술관이 즐비해 언제든 가면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이 전체적 으로 조화를 이루면 미술 시장은 자연스레 활성화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에이옥션이 미술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앞으로의 의지나 목적을 말씀해 주세요.

먼저 역할에 대해 말하기 전에 옥션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대부분의 문화예술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었어요. 우리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에 집중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온라인 경매 부분에서는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온라인(모바일) 쪽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지역작가들의 발전과 육성에 도움 이 되고 싶어요. 현실적으로 지방에서 활동하는 작가분들이 경매에 참여하기가 어렵습니다. 가급적 지역작가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배려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 지역 미술인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작품 렌탈 사업에도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렌탈 하여 일반 시민이 작품을 한점 한점 소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홍보도 되고 미술작품에 대한 저변이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또한 렌탈이기 때문에 금액적인 부담도 덜 수 있을 것 이고요.

또한 앞으로 전주시립미술관이 개관하게 되면, 저희 솔화 랑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기증할 계획도 있습니다.

그리고 솔미술관도 올해 12월에 개관할 예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부터 시작해 저, 그리고 제 아들까지 어느덧 3대째 운영을 하게 됐습니다. 전공자인 아들과 며느리가 같이 동참을 하여 전문성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역민 들과 작가분들이 미술품에 대한 인식, 상업화랑에 대한 인식 이 개선되어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렌탈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지역 작가들과 상업화랑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